공부기록

<맥베스> 본문

파편 리딩

<맥베스>

be-Seen 2024. 11. 14. 00:29

맥베스의 경우에는 다른 비극의 주인공과 달리 계획적인 범죄, 의도된 범죄였다.(그것이 마녀의 유혹, 아내의 부추김에 기인한다 하더라도)
"이렇게 분명한 악행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범하는 인물이 어떻게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가?"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기에 우리는 그의 죽음에 환호하기보다는 그 비극적인 종말을 안타까워하는가?" 맥베스는 악역 빌런이 아닌 비극에 빠져 관객의 연민을 일으키는 주인공이다. "우리가 맥베스를 동정하게 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맥베스의 살인은 인륜과 도덕을 저버리는 그야말로 잔인무도한 행위다." "그러나 우리가 그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 첫 번째 이유는 그가 악의 유혹에 빠져 드는 상황의 특수성에 있다." : 마녀들의 역할

고운 건 더럽고 더러운 건 고웁다. 탁한 대기. 안개 뚫고 날아가자.

"마녀들의 이 말은 앞으로 벌어질 사건의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정반대되는 것의 일치와 그로 말미암은, 혹은 그런 일치를 가능하게 만드는 혼탁한 환경이 바로 맥베스가 처한 상황임이 판명되기 때문이다." "마녀들의 궤변은 우선 어제의 충신이 오늘의 역적이 되는 정치적인 현실로 인해 그 절반이 사실임이 입증된다." "덩컨왕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던 충신 코도의 영주가 역적으로 판명"된다. "맥베스는 혼탁에 혼탁을 더하는 상황의 변화로 마치 최면에 걸린 듯 한 발 한 발 악의 세계로 들어간다." 마치 마녀가 되어가는 모습.

이렇게 더럽고 고운 날은 본 적이 없구려.

"그리고 곧이어 등장한 마녀들은 그에게 세 가지를 말해준다."

마녀 1 맥베스를 환영하라! 글래미스 영주시다!
마녀 2 맥베스를 환영하라! 코도의 영주시다!
마녀 3 맥베스를 환영하라! 왕이 되실 분이다!

"첫 번째는 기정 사실이고, 두 번째는 우리는 알지만 맥베스는 아직 모르기 때문에 사실과 예언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사실이고 세 번째만 문자 그대로 아직 실현되지 않은 예언이다." "충신 맥베스의 마음에 역심을 품게 만드는 것은 바로 사실과 예언의 중간 지점, 이성을 흐리게 하고 욕심의 안개를 일으키는 두 번째 말이다." "게다가 그런 말을 하는 주체의 존재 자체가 불안정하여(마녀) 그 실체와 허상을 구별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그 성별조차 불확실하여 남성인지 여성인지 분간이 안 가는 경우에 그의 마음에 일어나는 심리적인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고 그의 양심은 선악의 경계선을 보다 쉽게 넘어갈 것이다." 이때 맥베스를 코도의 영주로 맞이하라는 왕의 명령을 듣고 맥베스의 욕심은 고조된다. "이제 마녀들의 궤변은 그 후반부가 완성되기 시작한다." 맥베스는 왕을 시해하고 역적의 길을 걷는다. "맥베스는 정치적 현실과 결부된 초자연적인 세력의 신비로운 개입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악의 유혹에 넘어가는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비난을 상당 부분 누그러뜨린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맥베스는 권력욕이 있었고 결과는 자신의 욕망이 초래한 것이므로 근본적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맥베스의 무의식에 잠재해 있는 욕망은 중립적이다." "그것은 하나의 에너지일 뿐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그의 욕망이 표면에 떠오르게 되면 그것은 도덕적인 선과 악으로 양분되어 갈등하기 시작한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물론 맥베스가 품고 있는 야심이다. 하지만 맥베스의 경우 야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의 표현 방법이다." "맥베스의 갈등은 언제나 양심과 야심, 선과 악, 충성심과 역심과 같은 상반되는 가치의 대립으로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맥베스의 권력욕 자체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욕망을 표현하는 이분법적인 사고 구조이다." "맥베스의 혼란을 가중시켜 그를 점점 더 깊은 갈등으로 그리고 결과적으로 더 깊은 악의 세계로 빠뜨리는 주범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로 하여금 맥베스를 동정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그를 상가한 살인범이 아니라 인간성의 고귀함을 입증하는 비극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주 원인이다." "맥베스의 이분법적인 갈등이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빛을 발하는 것은 그의 악한 마음이 아니라 그것을 억제하고 싶어 하는 그의 선한 마음 때문이다." 

그는 진실의 편에 서고 싶어했다. 악의 힘에 대항하는 양심이 있었다. 그러나 살인의 환영이 그를 덮쳐 누르고 양심은 힘을 잃어간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그만큼 강력한 악의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 불러올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같은 크기의 양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암살의 후유증을 점검하고 시해 결심을 굳히려 했던 그의 의도와는 달리 그의 마음은 곧 왜 자신의 암살 행위가 인간적으로, 윤리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부당하며 따라서 그것을 실천에 옮기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들로 가득 차게 된다."

 

 이중의 신뢰로 그는 여기 머문다. 첫째로 나는 그의 친척이며 신하로서 그 행위(시해)를 극구 반대해야 하고, 다음으로 주인인 내 자신이 칼을 들 게 아니라 자객을 막아야 할 것이다.

 

그 후 맥베스는 더 구체적이고 생생한 단죄의 심상들을 떠올린다.

게다가 덩컨 왕은 너무나 겸손하게 왕권을 행사하고 그 권자가 너무나 깨끗하여, 그 덕행은 이 크게 저주받을 암살에 맞서서 나팔 혀 단 천사처럼 그를 변호할 것이며 연민은 벌거숭이 갓난아기 모습으로 돌풍에 걸터앉아, 아니면 천사처럼 형체 없는 기류의 말 등에 올라앉아 이 끔찍한 행위를 만인 눈에 띄게 하여 눈물은 바람을 잠재우리.

 

여기서 관객들에게 전달되는 마음은 맥베스의 감수성, 선한 마음, 수용력이다. 

 

내 의도의 옆구리를 찌르는 박차는 오직 하나 치솟는 야심인데, 너무 높이 뛰어올라 건너편에 떨어지

 

그는 '야심'이란 말로 휴전 제의를 한다. 그의 욕심은 양심의 힘에 눌려 풀이 죽는다. 결국 부인에게 그만하자고 말을 한다. 

"맥베스의 갈등은 그의 죽음으로 극이 끝날 때까지 때로는 선한 힘이 때로는 악한 힘이 전면에 부각되지만 언제나 이분법적으로 표현되고 있고 그 치열하고 생생한 묘사로써 우리에게 악의 위력 못지않게 끈질긴 선의 힘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극이 끝났을 때 우리의 마음에 남는 것은 맥베스의 거듭되는 살인이 아니라 악행을 쌓아 올려 그 무게로 양심으 힘을 누르려는 과정에서 고통받는 맥베스의 고귀한 인간성이다." "맥베스가 모든 것을 잃은 다음 마지막으로 자신의 부인을 잃었을 때 토로하는 다음의 대사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꺼져라 짧은 촛불! 인생이란 그림자가 걷는 것, 배우처럼 무대에서 한동안 활개치고 안달하다 사라져버리는 것, 백치가 지껄이는 이야기와 같은 건데 소음, 광기 가득하나 의미는 전혀 없다. 

 

"맥베스는 여기에서 자기 삶의 허무와 절망의 극치를 드러내고자 한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맥베스가 말하는 인생의 덧없음, 허무함은 삶의 부정이라기 보다 삶에 대한 강력한 염원이다. "삶의 무의미를 이토록 깊이 꿰뚫어보는 이 사람은 지상 최고의 권력을 통하여 삶의 의미를 최대로 맛보려 했던 바로 그 맥베스이기 때문이다."  
"맥베스의 악행은 그의 삶과 고통과 죽음을 통하여 인간의 고귀함을 비극적으로 보여준다." 

'파편 리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청준, 건방진 신문팔이  (1) 2024.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