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장 영화 분석과 영화 형식의 역사 (초기영화, 고전영화, 소련)

영화를 분석한다는 것은 영화를 하나의 맥락과 역사 속에 자리 잡아 주는 것이기도 하다. 예술로서의 영화를 고려할 경우, 영화 분석은 영화 형식의 역사 속에 영화를 자리매김하는 것일 수 있다. 

현대 영화는(빔벤더스, 레오카락스, 고다르)그 모든 역사들의 인용, 모방, 패러디로 유희하는 영화광들의 영화이다. 

영화사의 몇 가지 경향들을 정리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된다. 환원적이고 그것들을 무자비하게 그룹으로 묶는 것은 부당하다고 해도 말이다. 어떠한 영화들도 고립되어 존재하지는 않는다. 

 

초기영화와 그 불연속성

초기 영화라 함은 영화의 발달부터 1908년 사이의 영화로, 원시 영화라고 한다. 그들의 특징을 정리해 보자면,

 

- 비동질성 : 서사의 생략, 뒤틀린 연결 

- 비종결성  : 영화 프린트의 유실 혹은 자의적 편집으로 인한 열린 구조

- 비단선성 : 신과 신, 숏과 숏의 단절

 

영화는 소설, 연극 등의 예술이 아닌 쇼, 만화, 보드빌, 서커스 등 '볼거리들' 중 하나였다. 

 

서사적 연속성의 설정

그리피스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 시각적 시니피앙(데코르, 조명)과 서사적 시니피앙들(사이 자막과 영상의 관련성-비동질성의 극복-, 배우의 연기, 시나리오의 통일성, 극적 특징과 이야기 줄거리, 전체적 톤), 시청각적 시니피앙의 동질화 작업

- 단선화 작업 : 숏과 숏의 연결. 

 

영화의 구성 요소인 편집을 잊게 만드는 연속편집의 시작이다. 그리고 가장 훌륭한 예로 '교차 편집'. 그리고 '인서트숏'.

 

고전적 영화 서사

시점의 유연성, 기동성이 늘어가는 가운데 소설적 서사 형식이 눈에 띄게 나타난다. 카메라는 이른바 '죽어있는 카메라'가 아닌 인물들의 시점과 영상 작가의 시점을 넘나들며 서 있다. 

그러나 소설이 아니기에 영화 속 이야기의 공간 시간이 논리적으로 관객에게 연결되어 인식되기 위해서는 시각적 지표들의 연결성이 확보되어야 했다. 이러한 연유로 영화 기법은 명료성, 동질성, 단선성, 수미 일관성을 극적 효과와 우선시하게 되었다. 즉, 이야기가 우선하고 그것을 위한 촬영 기법이다. 이야기를 관객에게 이해시키기 위한 기법이다. 

영화는 신과 시퀀스가 지배하게 되고 신과 시퀀스의 연결은 '인과'의 추진력에 따라 전개된다. 그리고 소설이 그러하듯 갈등 구조를 직면한 인물이 있고 영화는 대개 한 명의 주인공 혹은 한 쌍의 커플에 집중했다. (스타 시스템과의 연관)

 

영화의 이야기를 이해시키기 위한 강력한 방법 중 또 다른 하나는 '장르시스템'이다. 각 장르는 고유의 조명, 인물 유형, 배경, 줄거리, 음악, 색채 등등.. "관객은 미학적 무질서의 요소들에 의해 교란될 위험 없이 인식의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

 

영화의 이러한 특징. 즉 '이야기의 쉬운 이해를 위한 기법들 혹은 장르 시스템'을 투명성이란 용어로 제안하곤 했다. 영화가 부드럽게 진행되고 단선적이며 논리적 연결성에 의해 전개되는 특징을 말한다. 

그러나 고전 영화 서사이면서 동시에 단선적이지 않고,(관객의 입장에선 덜 편한 영화들) 복잡한 영화들도 있다. <시민케인>, <날이 밝다>, <라쇼몽>, <선셋 대로> , <소녀들> 등. 서사의 복잡성을 이루어가는 영화들로 '현대적' 영화의 맹아 정도로 볼 수 있겠다. 

 

고전 영화에 반대하는 몇 가지 경향에 대하여

- 1920년대 소련 영화

소련은 교육과 선전의 수단으로서 영화에 관심을 가졌다. 1919년 국영화령이 떨어졌고 소련 영화인들은 할리우드 영화적 모델을 거부했다. 앞에서 보았듯 할리우드 영화적 모델이라 하면, 스타 시스템, 개인주의적 편향, 상업적 볼거리, 나열식 이야기체 등이 있다. 

 

몇몇은 현실성을 설명하는 (그런 환영을 주장하는) 보도 자료, 문서, 르포르타주로 돌아선다. 

 

소련은 현실을 그대로 찍는 영화보다는 몽타주를 통한 현실의 설명, 현실의 구성, 해석, 승화가 더 필요했다. 그래서 지가 베르토프Dziga Vertov 등이 영화에 공산주의적 전망을 표현하면서 한 담화 안에 그것들을 조직한다. 

지가 베르토프, 카메라를 든 사나이

푸도프킨, 에이젠슈테인 등은 픽션으로 혁명적 힘들을 고양시키고자 했다. 프로파간다 영화이다. 주인공이 없는 이야기이고 서사시적 형식을 취한 이야기들이 나타난다. 이들은 할리우드적 시공간적 연속성보다 관객의 정신과 열정을 깨우치는 것에 더욱 주목했다. 그들의 영화에 나타나는 특유한 기능들이 있다. 

 

- 비장화 기능 : 몽타주, 감속, 클로즈업 숏, 부감 촬영 등의 악센트 부여. 양식화된 조명 등의 사용으로 사건과 갈등의 강화. 즉 '성격화된 숏들'

- 논쟁화 기능 : 에이젠슈테인의 <파업>, 푸도프킨의 <어머니>에서처럼 총 맞은 노동자들은 짐승에, 항거에 나선 노동자들은 얼음이 풀린 강물의 흐름에 비유. 부르주아와 노동자의 대비. <10월>에서 케렌스키의 숏에 공작새의 숏을 연결하는 시각적 비유, 평가하거나 공식화하는 중간 자막, 조명, 촬영 각도 등을 통해 사상과 가치 표명. 

에이젠슈테인, <전함포템킨> 안경 클로즈업 장면

유명한 전함 포템킨에서 역시 이야기의 이해를 돕지 않고 시간의 연속성 혹은 시간의 지속이 어느정도 되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연결은 "몸짓, 움직임, 시선이 아닌 시각적, 관념적 모티프들을 편성하는 하나의 리듬에 따라 형성된다". 그로 인해 명확한 의미가 생겨난다. 

에이젠슈테인 <일반노선>

크림 분리기 시범을 보이는 신.

기계장치-농부의 얼굴들-중간 자막들의 영상들을 번갈아 가며 보여준다.

그러다가 (순서는 정확하지 않다) 사기? 돈?같은 중간 자막들, 돌아가는 바퀴의 숏들이 몽타주로 삽입되고, 크림 분리기 입구에서 구르는 우유 한 방울이 클로즈업되고 몽타주는 가속된다. 마지막은 농부들의 환호하는 얼굴들과 "응고되었다!"라는 자막과 함께 시퀀스는 종료된다. 이미지의 리듬과 결합들로 사상을 이끈 유명한 장면.